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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 블루스(Postman Blues)-1997

감독: 사부

주연: 츠츠미 신이치
        오스기 렌
        토오야마 쿄코
        호리베 케이스케





2000년대 들어 사부(본명 다나카 히로유키)의 작품세계는 확실히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아니, 어쩌면 그의 감독으로서의 재능 자체가 처음부터 일회성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참신함도, 독특한 스타일도 두 번 이상 반복하면 그저 동어반복이요 세 번 이상 반복하면 3분카레를 먹느냐 3분짜장을 먹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최근작인 홀드 업 다운을 보면서 재미있다고는 생각하면서도 굳이 볼 필요가 있었을까 하고 궁금해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결국 한 번 돌려보긴 했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해당 분야의 경험이 없더라도 열정을 가지고 몰두할 경우 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를 놀라게 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배트맨, 스타워즈 등에 등장하는 미니어처들을 완벽한 완성도로 재현해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취미로 시작한 발명이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때도 있다. <포스트맨 블루스>는 그런 운 좋은 경우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포스트맨 블루스>에서 사부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관습과 타성이 아닌, 자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분들은 일본식 개그를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지나치게 지루하다거나, 아니면 마지막 부분의 작위적인 연출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실 본인도 일본식 개그가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들어 본 적도 없고 들어보려 시도한 적도 없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의 코미디 영화가 주로 하는 직접적이나 단발적인 웃음을 유도하는 방식 외에 엉뚱하게 부풀어 가는 상황의 아이러니 자체도 충분히 즐길 만 하지 않은가 싶다. 웃음이 터져나오지는 않더라도 목구멍쯤에 계속 걸려 있게 만드는...너무 어색한가?
하여튼 화끈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약간 맥이 빠져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빛바랜 화면, 패러디가 가미된 B급액션장면들, 우중충한 등장인물들, 동네 반상회 하는 것 같은 경찰본부...그러나 <포스트맨 블루스>에서 보여주려던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삶에 지쳐서 냉혹한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서, 그렇게 살다 인생을 쓸쓸하게 은퇴해야 하는 우체부와 건달과 킬러. 영화는 그들이 이전에 겪어 왔을 인생의 쓴맛이 어떤 것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같이 무료하고 웃을 일 없는 그들의 일상에는 실패한 삶의 회색빛 단면, 그런 삶을 만드는 우울한 사회의 모습이 녹아 있다. 그래서 그들은 달린다. 지치고, 또 지쳐서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을 때, 달림으로써 일상으로부터 쓰러져 벗어나는 것이다.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까지 달렸을 때의 쓰러짐은 결코 아쉽지도 고통스럽지도 않다. 
영화란 재미, 혹은 조금 더 고상할 경우 작품성을 고려하면서 봐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가끔 일상이 우울할 때, 자신보다 더 우울한 누군가의 우울한 일상을 바라보면서 한 줌의 위안을 느끼고,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통해 감옥으로부터의 짧은 해방감을 느끼는 것을 값싼 자위수단 혹은 일시적 도피처라고 자조할 수만은 없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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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ovox | 2008/09/02 23:27 | 영화읽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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